동네소년
오늘은 여명거리의 김여명 대표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최근에 중국에 다녀오셨는데, 중국에는 왜 다녀오셨어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작년에도 캔톤페어를 다녀왔고요. 앞으로 저희가 하드웨어를 만들거나 접할 일이 많아질 것 같아서 다녀왔습니다. 하드웨어에 많이 들어가는 부품 중 하나가 라즈베리파이인데, 중국에서 R&D를 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납품하는 업체가 있다고 해서 직접 방문했습니다.
동네소년
외국 출장을 꽤 많이 다니시는 것 같은데요. 주로 어떤 이유로 가세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첫 번째는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서고요. 두 번째는 시장조사를 위해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동네소년
이 이야기를 먼저 여쭤봤어야 했는데요. ‘여명거리’라는 회사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여명거리는 꿈을 이루기 위한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라고 보시면 가장 맞을 것 같습니다. 각자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여명거리 안에서 가지고 있는 역량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조직입니다.
동네소년
여명거리 직원들은 각자 목표가 다른 건가요? 아니면 여명거리라는 회사의 공통된 목표를 향해 가는 건가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각자의 꿈은 다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꿈에 도달하려면 결국 스스로의 능력을 계속 개발해야 하고, 시간과 자본도 필요합니다. 여명거리라는 회사를 함께 성장시키면서 그런 역량과 기반을 쌓고, 어느 시점이 되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하는 구조라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동네소년
그러면 ‘Dreams come true’를 위한 기획사 같은 건가요? 연예인 기획사처럼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네, 점점 그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동네소년
여명거리에서 주로 만들고 있는 프로덕트는 어떤 건가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지금은 AI를 활용해 불편한 문제를 해결하는 SaaS를 만들고 있고, 하드웨어 쪽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SaaS의 경우 첫 번째로는 실제 돈이 되는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구성원마다 잘하는 영역이 다르거든요. 디자인을 잘하는 친구도 있고요. 각자가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만들고, 시장에서 직접 검증해보는 작업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동네소년
제가 알기로는 창업하신 지 꽤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창업 후 3년을 버티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요. 스타트업이 3년을 버티지 못하는 가장 보편적인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시점에 따라 조금 다릅니다. 2022년 이전이라면 3년을 버티기가 더 어려웠을 텐데, 지금은 상대적으로 3년을 버티는 것 자체는 조금 쉬워졌다고 봅니다. 다만 창업 후 첫 3년 동안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돈이 되는 아이템’을 찾는 겁니다. 그런데 처음 창업하면 자기 아이템에 너무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건 반드시 될 거야’라고 무한히 믿는 거죠.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그러다 보면 어느새 3년이 지나 있고, 돈도 바닥나 있습니다. 그제야 ‘아, 이게 시장에서 먹히지 않았구나’라고 받아들이게 되죠. 그렇게 되면 버티기 힘든 순간이 오는 것 같습니다.
동네소년
버티기 위해서는 직접 돈을 벌 수도 있고 투자를 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말만 잘해서 되는 건 아니고, 설득할 만한 레퍼런스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누구나 한 가지를 집요하게 오래 파고드는 과정이 있을 텐데요. 문제는 그 당시에는 내가 파고 있는 것이 시장의 선택을 받을지 아닐지 알 수 없다는 거잖아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그렇죠. 그래서 저는 전략적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시드 단계이기 때문에 투자사도 ‘이미 잘되고 있으니까’ 투자하는 게 아니라, 대표의 말을 믿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아이템의 완성도가 처음부터 높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대표가 얼마나 간절한지, 얼마나 집요하게 문제를 풀어나가는지를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다만 그것도 하나의 전략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대표 입장에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시간을 벌기 위해서거든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투자받는 순간에는 당연히 ‘내 것이 최고이고, 잘될 것이고,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설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투자가 이루어진 다음부터 대표가 해야 할 일은 그 아이템을 무조건 최고로 만드는 것보다 ‘돈이 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방향이 틀렸다면 바꿀 수도 있어야 합니다. 투자자는 이미 돈을 넣었고, 그다음 단계에서는 결국 몇 배의 수익으로 회수하는 것을 기대하니까요. 아이템 자체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결국 투자금 회수에 대한 기대가 더 중요해지는 겁니다.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그 초점에 맞춰 생각하면 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동네소년
투자금을 받아서 내부적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됐다고 해보죠. 공동창업이 아니라 대표가 직원을 고용한 구조라면, 스타트업은 몸과 마음, 시간까지 쏟아부어야 하는 과정이 있을 텐데요. 가장 좋은 동기부여는 금전적인 보상이겠지만 초창기에는 충분히 주기 어렵잖아요. 그럴 때 사람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할까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예를 들어 투자를 받거나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됐다고 해도 처음부터 사람을 많이 뽑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뽑으면 충분한 경제적 보상을 해주기 어렵거든요. 반대로 정말 필요한 한 명만 뽑으면 충분히 보상할 수 있습니다.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저도 처음 사람을 뽑을 때, 경력이 없는 완전한 주니어라고 해서 무조건 최저 수준의 급여를 주지는 않습니다. ‘이 사람은 정말 필요한 핵심 인재다’라고 판단하면 제가 줄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을 제대로 주는 거죠. 그리고 그만큼 많은 권한을 위임합니다.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그러면 그 친구도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알면서도 ‘회사가 나를 존중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금전적으로도 배려받고 있고 자신을 리스펙하고 있다는 걸 아니까, 원래 100만큼 해야 할 일을 200, 300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네소년
저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월급쟁이인데 만약 창업을 한다면 사람을 어떻게 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굉장히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 어떤 사람을 쓰느냐가 정말 중요하잖아요. 조금 옆으로 새는 질문일 수도 있는데, 김여명 대표님이나 여명거리만의 인재상이 있나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저희는 사람을 약간 야생에 풀어놓는다는 느낌으로 일합니다. 제가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지 않거든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목표점만 알려주고, 거기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는 일일이 설명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가 있으면 ‘이걸 만들어야 한다’까지만 이야기하고, 그걸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까지는 먼저 설명하지 않아요. 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지를 봅니다. 그리고 제가 더 나은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때 알려주고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돌이켜보면 저희 방식은 스타트업 안에서 또 하나의 스타트업처럼 일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구성원 개개인이 하나의 대표자처럼 일하는 거죠.
동네소년
그래도 타임리밋은 줘야 하잖아요? 목표와 방향만 알려주고 시간제한 없이 계속할 수는 없으니까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먼저 언제까지 할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2주가 걸린다고 하면 저는 1주 안에 만들어보려고 해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보통 제가 “언제까지 할 수 있어요?”라고 물으면 “정해주신 날짜가 있으면 거기에 맞춰볼게요”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제가 “3일 안에 해봅시다”라고 말하죠. 너무 짧다고 하면 일단 해보고, 그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동네소년
제가 통상적으로 만나왔던 스타트업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네요. 저는 기업이 어느 순간에는 기업가정신이나 철학 같은 것이 기업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위기 상황에서도 회사를 버티게 하고, 구성원들에게 자긍심을 주는 요소라고 봅니다.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그런 문화를 갖기는 쉽지 않은데, 김여명 대표님은 그런 부분까지도 나름의 콘셉트와 철학을 가지고 여명거리를 이끌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나중에 제가 퇴직하고 대표님이 빌딩이라도 올리시면, 문 앞에 수위로라도 들어가서 노후를 의탁하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웃음)
동네소년
IR이라고 하잖아요. 정확히 어떻게 표현하면 되죠?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IR은 투자설명회, 투자 발표라고 보면 됩니다. 크게 두 가지 성격이 있습니다. 짧게 피칭하는 IR이 있고, 투자사와 30분 정도 만나 실제 투자를 받기 위해 피칭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동네소년
앞의 것은 말하자면 무대에 올라 여러 투자자에게 짧게 보여주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일대일로 깊게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군요. 제가 궁금한 건 이겁니다. 투자를 유치한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 그 사람이 가진 돈을 내 회사에 투자하게 만드는 일이잖아요. 저는 늘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까 대표의 진정성이나 끌고 가는 힘도 말씀하셨지만, 김여명 대표님이 생각하는 ‘투자를 받을 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뭔가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투자는 계속 시도하면 결국 한 곳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지피지기’입니다. 투자사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처음에는 당연히 대표자를 보겠지만, 아무리 좋은 대표자라도 투자사와 핏이 맞지 않으면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투자사 대표나 심사역도 자신이 살아온 배경이 있고, 좋아하거나 잘 아는 분야가 있잖아요. 결국 돈을 투자할 때는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그래서 저는 투자자를 만나기 전에 그분이 어떤 삶과 경력을 거쳐왔는지를 살펴보는 편입니다. AI에 관심이 있는지, 제조업에 관심이 있는지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달라져야 하거든요. 그래야 투자를 받을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제가 아무리 첨단기술과 제품의 가능성을 이야기해도 상대가 공감하지 못하면 그 시간 자체가 재미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동네소년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네요. 일대일 미팅이라면 어떤 투자자를 만나는지 미리 알 수 있으니 준비가 가능한데, 여러 투자자를 대상으로 무대에서 짧게 발표할 때는 누가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지 알기 어렵잖아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그럴 때는 무조건 스토리텔링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5분에서 7분 정도로 짧거든요. 그 시간 동안 아이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만 설명하면 내용은 전달할 수 있겠지만,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차라리 ‘저 대표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기억 하나라도 남기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동네소년
그렇다면 여명거리 김여명 대표님만의 스토리는 뭔가요? 일종의 치트키처럼 쓰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저에게는 ‘세 번째 도전’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경험이 있다는 것,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네소년
김여명 대표님과 MBC충북이 지금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 개발 사업을 함께하고 있잖아요. 같이 일하면서 제가 느낀 게 있습니다.
동네소년
저는 사람의 역량을 설명할 때 종종 텐트에 비유합니다. 텐트를 높이 세우고 넓은 공간을 만들려면 여러 개의 폴대가 균형 있게 받쳐줘야 하잖아요. 요즘 말하는 ‘육각형 인간’처럼 여러 역량이 고르게 갖춰진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제가 느끼기에 김여명 대표님은 어느 한쪽이 크게 처지는 부분이 없어 보여요.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고, 하나의 구조를 만들어내는 힘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부족한 영역을 그냥 남겨두지 않는다는 점도 큰 장점처럼 느껴졌고요. 같이 일하면서 느낀 부분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당연한 이야기를 왜 하지?’ 싶으신가요?
김여명 여명거리 대표
속으로는 ‘뾰족한 게 없어서 큰일 났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웃음)
동네소년
아니죠. 어떤 형태의 텐트를 치느냐가 중요한 거니까요. 가운데에는 높이 올라가는 기둥 하나가 있어야 하고, 주변의 폴대들이 공간을 탄탄하게 만들어줘야 하잖아요. 대표님도 분명 높이 올라가는 자기만의 기둥이 있으면서, 주변 역량까지 탄탄하게 갖춘 사람이라는 의미였습니다.
동네소년
오늘은 여명거리 김여명 대표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