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udio가 제대로 만들어지면 우리가 만든 플랫폼 안에 우리의 콘텐츠를 싣고, 광고와 수익 역시 국내 미디어 생태계 안에서 선순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생깁니다.”
동네소년
오늘 제가 만난 매력적인 분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박진언 수석님입니다. 먼저 본인 소개를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박진언 대외협력수석
안녕하십니까. 현재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언론·홍보 업무를 맡고 있는 박진언 수석입니다. 제 이력을 이야기하자면 꽤 길어요. 이력서가 두 장을 넘어갈 정도로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첫 직장은 YTN이었습니다. 1995년 공채 2.5기라고 하는데요. 사실상 창립 멤버로 방송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YTN에서는 프로듀서로 일했고, 주로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다양한 제작물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에서 약 4년 반 동안 교수로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 오래 있다 보니 다시 현장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서울로 올라와 방송통신위원회 산하기관인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 대외협력팀장을 맡았습니다. 그 후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공직에서도 일하게 됐습니다. 그곳에서도 언론·홍보와 당·정·청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유난히 새로 만들어지는 조직에서 일을 많이 했습니다. 신설 회사, 새로 만들어진 기관, 새롭게 출범한 정부 기구 같은 곳들이죠. 그 다음에 간 곳이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였습니다. 이름이 참 길죠. 딸아이가 가끔 “아빠, 어디에서 일했었어?”라고 물으면 제가 거쳐온 기관 가운데 YTN이 제일 짧다고 농담하기도 합니다.
그곳에서는 대변인으로 약 4년 반 동안 근무했습니다. 위원회가 정해진 임무를 마치고 해산한 뒤 옮긴 곳이 지금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입니다.
동네소년
그렇다면 여러 경험을 거쳐 전파진흥원에 오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박진언 대외협력수석
어쩌다 보니 이 분야에서 30년을 일했더라고요.
‘내가 가장 잘하는 게 뭘까?’ 생각해 봤는데, 제 이름에 말씀 ‘언(言)’ 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저도 한참 뒤에야 의미를 생각해 봤어요. 사람이 이름을 따라간다는 말이 있잖아요. 아버지가 아들이 태어났다고 작명소에서 좋은 이름을 지어주셨을 텐데, 이름에 ‘말씀 언’ 자가 들어가다 보니 결국 말과 언론, 홍보로 먹고사는 일을 30년 가까이 하게 됐습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업무 성격상 일반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B2C 기관이라기보다 기업이나 사업자를 상대하는 B2B 성격이 강한 기관입니다. 특히 이동통신 3사와 관련된 전파·통신 분야의 관리와 규제 업무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에게 기관을 알릴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공공기관은 매년 경영평가를 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왜 국민 인지도가 낮은가’라는 문제가 계속 제기됐고, 대국민 인지도 부분에서 평가가 좋지 않았던 것이죠.
마침 원장님께서 공보관 출신이셔서 홍보의 중요성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취임 이후 기관의 대국민 소통과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셨고, 외부의 홍보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셨던 것 같습니다.
내부 인력을 육성하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결국 “그 사람을 누가 전문적으로 키울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죠.
그 시기에 저는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임무를 마치고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전파진흥원 공모에 지원하게 됐고, 좋은 기회를 얻어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동네소년
오늘 MBC충북까지 귀한 발걸음을 해주셨습니다. 살아오신 이력도 굉장히 다양하지만, 지금 갖고 계신 호기심도 여러 분야로 확장돼 있다고 느꼈는데요. 오늘 MBC충북을 방문해 주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박진언 대외협력수석
지금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국장님과의 인연도 참 재미있습니다. 살면서 이런 인연을 만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저희가 처음 만난 곳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NAB였습니다. 굉장히 글로벌한 곳에서 처음 만난 거죠.
그때 국장님께서 파란색 세자 옷을 입고 전시장을 돌아다니고 계셨어요. 왕은 붉은색 옷을 입고 세자는 청색 옷을 입는다고 하잖아요. 최근 드라마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NAB 전시장 한가운데서 청색 세자 옷을 입은 분이 열심히 돌아다니고 계시더라고요.
처음에는 ‘MBC에서 오셨다는데 왜 저렇게까지 하고 계실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저도 방송국에서 근무해 봤지만 전시장 한복판에서 저 정도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분은 흔치 않거든요. 그런데 지켜보니까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정말 뭔가 새로운 일을 만들어 보려는 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희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는 일산에 ‘빛마루 방송지원센터’가 있습니다. 방송 제작 시설과 장비를 지원하고 대여하는 곳인데요. 최첨단 카메라와 조명 등 다양한 방송 장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시장조사가 필요합니다.
그런 목적으로 NAB를 방문했다가 국장님을 만나게 됐고, 그렇게 지금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동네소년
최근에는 ‘통합 라디오 앱’에 큰 관심을 갖고 계시고, 대통령께도 관련 내용을 보고하면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통합 라디오 앱이 어떤 것인지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박진언 대외협력수석
현재 우리나라 라디오 시장을 보면 KBS, MBC, SBS, EBS, CBS 등 여러 방송사가 활발하게 라디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MBC에는 ‘mini’가 있고, SBS에는 ‘고릴라’, CBS에는 ‘레인보우’가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각 방송사들이 자체 라디오 앱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기존 라디오는 지역을 이동하면 주파수를 다시 맞춰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반면 인터넷 기반의 라디오는 이런 지역적 한계가 없습니다.
조사해 보니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여러 방송사의 라디오 채널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들을 수 있는 통합형 라디오 앱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구상하고 있는 ‘통합 라디오 앱’도 비슷한 개념입니다. 여러 방송사의 라디오 채널이 하나의 플랫폼 안에 들어오고, 이용자는 주파수나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방송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박진언 대외협력수석
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계기가 있습니다.
저희 원장님께서 지난해 12월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께 두 가지 제안을 하셨습니다.
하나는 우리나라가 희토류 측면에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었고, 또 하나는 “라디오를 다시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라는 제안이었습니다.
단순히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해법까지 제시하셨습니다. 바로 유럽과 일본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과 같은 ‘통합 라디오 앱’이었습니다.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면 라디오 광고의 가치도 높일 수 있고, 전체 라디오 시장 규모도 확대할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그 제안 이후 올해는 기관에서도 라디오 분야에 상당한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홍보 예산도 투입하고 캠페인도 진행하면서 통합 라디오 앱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박진언 대외협력수석
통합 라디오 앱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각 방송사가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앱을 반드시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앱과 연동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쉽게 비유하자면 하나의 큰 ‘시장’을 만드는 겁니다.
국가 차원에서 기본적인 플랫폼과 공간을 만들어 놓으면 방송사들이 그 안에 들어와 각자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죠. 플랫폼의 안정적인 운영과 기본적인 관리는 공공이 맡고, 그 안에서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는 각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방송사가 좋은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다면 그것을 다시 방송사와 시장이 나눌 수 있는 구조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는 이미 다양한 방송콘텐츠 제작지원사업이 있습니다.
최근에도 여러 드라마와 프로그램의 제작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영상콘텐츠에 대한 제작지원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앞으로 통합 라디오 플랫폼을 활성화하려면 라디오 콘텐츠에 대한 제작지원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라디오 제작지원사업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향후 기관 차원에서도 라디오 콘텐츠 제작지원이 다시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동네소년
통합 라디오 앱이 만들어지면 다양한 라디오 채널을 보유한 방송사와 언론사들이 참여해야 할 텐데요.
입점 자체도 중요하지만, 결국 플랫폼이 지속 가능하려면 광고와 같은 사업 모델도 만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제도나 법 체계도 함께 정비될 필요가 있겠고요.
또 하나는 공공 재원이 투입돼 좋은 취지의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만큼 참여 방송사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이기 때문에 통합 라디오 앱에 참여하는 방송사를 대상으로 콘텐츠 제작지원 같은 정책까지 함께 마련된다면 참여 유인이 훨씬 커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진언 대외협력수석
맞습니다. 저희도 상당히 오랜 기간 시장조사를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전파진흥원 자체 콘텐츠도 다양하게 제작하고 있는데요. 얼마 전에는 실제 K-POP 아이돌과 콘텐츠를 제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활동하면서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고, 어떤 경로를 통해 대중에게 노출되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아이돌이 출연할 수 있는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은 방송사별로 몇 개 정도에 한정돼 있습니다. 그 외에 개인이나 기획사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사실상 유튜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지점에서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K-POP과 한류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작 그것을 유통하는 핵심 플랫폼은 해외 기업의 플랫폼입니다.
콘텐츠는 한국이 만들지만 플랫폼은 해외 기업이 운영하고, 수익 구조와 규칙 역시 그 플랫폼이 정한 기준을 따르게 되는 것이죠.
원장님께서도 오랫동안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해 오신 것 같습니다.
‘K-POP과 K-콘텐츠에 걸맞은 K-플랫폼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지금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개념 가운데 하나가 ‘K-Audio’입니다.
박진언 대외협력수석
K-Audio가 제대로 만들어지면 우리가 만든 플랫폼 안에 우리의 콘텐츠를 싣고, 광고와 수익 역시 국내 미디어 생태계 안에서 선순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리고 요즘 라디오는 단순히 ‘듣는 라디오’에 머물지 않습니다. 대부분 영상이 결합된 ‘보이는 라디오’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오디오와 비디오의 경계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장기적으로는 유튜브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경쟁할 수 있는, 한국 콘텐츠 환경에 최적화된 새로운 K-플랫폼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네소년
오늘 방문에 이어 오는 9월에도 다시 MBC충북과 청주를 방문하실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방문하시게 되는지 살짝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박진언 대외협력수석
아직 제작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인데요.
저도 과거에 방송 제작을 했던 사람이다 보니 제작 감각을 잃기 전에 다시 한번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저희 원장님께서 YTN과 함께 ‘이상훈의 시그널’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셨습니다. 시즌1이 7편으로 마무리됐고 시즌2가 시작되기까지 약간의 공백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 사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자체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이상훈의 시그널 2’를 직접 제작해 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지역으로 저희가 선택한 곳이 바로 청주입니다.
박진언 대외협력수석
청주는 직지를 품고 있는 도시입니다. 저희는 청주를 ‘기록의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록이라는 것은 단순히 남겨두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소통을 담당하는 중요한 수단이 방송과 미디어이며, 그 가운데서도 오랜 시간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이 라디오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먼저 직지와 기록문화에 관한 내용을 촬영하고 싶습니다.
또 MBC충북을 방문해 실제 지역방송 현장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습니다.
그동안 수도권 방송사 관계자들을 만나 라디오 제작과 운영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지역 네트워크 방송사들이 어떤 환경에서 라디오를 제작하고 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저희가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저희 진흥원 본사가 나주에 있는데도 지역 방송사들과의 교류가 생각만큼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직접 지역 현장으로 와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지역 방송사들의 라디오가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K-Audio 같은 통합 플랫폼이 만들어진다면 지역 방송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또 지역 네트워크 방송사들만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와 지역성의 강점은 무엇인지도 함께 알아보고 싶습니다.
원장님께서 직접 프로그램에 출연하시고, 저희가 제작까지 함께하면서 지역 라디오의 가능성을 현장에서 확인해 보는 것이 이번 청주 방문의 중요한 목적입니다.
동네소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이렇게 지역방송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들으니 지역방송에서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든든한 마음이 듭니다.
특히 통합 라디오 앱이나 K-Audio가 단순히 하나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좋은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9월 다시 청주와 MBC충북을 방문하실 때 더욱 뜨겁게 환영하겠습니다.
오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